서른 다섯, 물음표에 서다
서른 다섯, 물음표에 서다

일과 결혼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삽십대 중반, 그 세 개의 물음표… 세상은 뿌리 박으라 등 떠밀지만 여전히 불가능한 도전을 꿈꾼다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이혜민 인턴기자·김규남 인턴기자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우리 시대 30대 중반은 두 번째 사춘기일까? 오늘의 30대 중반은 목하 고민 중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짧으면 5년, 길면 10년이 지났지만 일에서 만족을 얻기란 쉽지 않다. 아니 서른다섯 살은 여전히 퇴근길 거리에서 ‘정말 이 일이 내 평생직업일까’ 고민한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한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하다. 더구나 30대 중반의 비혼(미혼)이라면 세상에 발목 잡아주는 여우 같은 마누라(혹은 늑대 같은 남편), 토끼 같은 새끼도 없는데 ‘도대체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고생을 하나’ 더욱 심각하게 자문하게 된다. 서른다섯은 영원한 솔로로 남느냐와 결혼의 막차를 타느냐의 분기점이 되는 시기다. 지나는 가족을 보면서 책임질 가족이 없어서 편하다는 생각과 비빌 언덕이 없어서 외롭다는 복잡한 심정을 느낀다. 일에서의 두 번째 선택, 결혼에 관한 결정적 선택, 남들은 모두 끝낸 고민을 오늘도 계속한다는 자괴감에도 빠진다. 게다가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몸은 벌써 청춘이 아니다. 쳇, 이건 머리 벗겨진 피터팬이야, 혼자서 구시렁거린다.

오늘날 서른다섯의 고민에 3개의 물음표를 던졌다. 이 물음표들에는 일, 결혼, 몸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글에서 서른다섯은 30대 중반의 대명사다.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은 군대 문제 탓에 사회적 연령이 다르다. 여자 나이 서른셋, 넷, 남자 나이 서른대여섯 즈음을 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0대의 비혼은 나이의 소수자다. 한국의 강력한 나이주의 탓이다. 예컨대 대졸 남성이라면 20대 중·후반에 취직을 하고,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30대 중·후반에 집을 장만하려 애쓰고, 이렇게 인생의 주기표가 주어진다. 하지만 30대 중·후반의 비혼은 인생의 진도표에서 벗어난 존재다. 정해진 길을 가기도 어려운데,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기란 더욱 힘겹다. 한국의 30대 비혼자는 1995년 76만3천여 명, 2000년 111만1천여 명, 2005년 177만3천여 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10년 사이에 2.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체 미혼 인구 중에서 30대 미혼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1995년 7.23%, 2000년 10.17%, 2005년 15.45%로 2배 이상 늘었다(그래프 참조).

#혼돈 하나

그대는 아직도 <서른 즈음에>를 부르는가

하필이면 김광석이 노래하고 있었다. 8월14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 서른다섯의 아저씨 둘이 팥빙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아무도 없는 커피숍에는 “비가 내리면~ 나를 둘러싸는 안이한 만족이 잊혀질까~”, 그들이 스무 살 무렵에 들었던 김광석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신문기자로 일하는 기자의 대학 친구는 “얼마 전에 말이야 노래방에 갔는데 마흔 먹은 선배가 <서른 즈음에>를 부르는 거야. 괜히 ‘저 사람이 부를 노래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기자가 농담을 섞어서 답했다. “네가 부를 노래도 아니야. <서른 즈음에>는 서른셋 이상한테는 금지곡이야.” 친구가 답했다. “알거든.” 몇 달 만에 만났지만, 오늘의 주제도 역시나 직장 얘기였다. 친구는 “어떻게 10년을 일했는데 여전히 일이 버겁냐”고 토로했다. 말해 무엇하랴. 기자는 일부러 “휴가 동안 뭐했냐? 분식점 자리라도 알아보지”라고 ‘야렸다’. 그는 “한동안 너무 우울해서 병원 가볼까 생각도 했어”라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어진 그의 하소연. “요즘엔 마감하다가 자꾸 물을 마시러 왔다갔다 하거든. 불안하니까. 옆사람이 불편할 정도일걸. 그래도 전에는 가끔 내 기사를 보면서 괜찮게 썼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하루하루 버겁기만 해요. 밥값 못한다는 생각만 들지.” 이번에는 김광석이 “그루터기 가슴엔 회한도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왜 이렇게 일이 힘든지 모르겠어”

원래 투정은 기자의 몫이었다. 그는 대개 내 투정을 유머로 받아넘겼다. 듣기 좋은 풍월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는 투정이 민망해 기자가 투정을 그칠 무렵, 그의 하소연이 시작됐다. 벌써 두어 해 전이다. 요즘엔 그의 이름이 그가 일하는 신문에 보이지 않을 때면, 정말로 그만뒀나, 걱정이 들 정도다. 기자가 물었다. “야, 집사람한테는 이야기했냐?” “했지. 그래도 집사람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타입이라 다행이야.” 못 말리는 서른다섯의 피터팬은 여섯 살 아이의 아버지다. 물론 반성도 나왔다. “기자가 과분한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지.


△ 전직을 한 번쯤 꿈꾸지 않은 30대가 있을까. 임수현씨는 인테리어 일로 바쁜 와중에도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면서 미래를 준비한다.

기사를 써서 생각을 나눌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 그는 마치 나의 복화술을 하듯 내 심정을 말하고 있었다. 그의 스무 살, 스물다섯 살 때가 생각났다. “아저씨, 원래 조숙한 콘셉트 아니었어? 왜 이래? 네가 철이 없어서 그래, 철이.” 역시나 한 술 뜨면 두 술 뜨는 그의 대답, “조숙한 피터팬, 그거지”.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조숙한 척했지만 본질은 피터팬이라, 맞습니다, 맞고요.” 이렇게 서른다섯의 아저씨들은 스물다섯 살 때보다 더 우울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날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로 시작되는 <서른 즈음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끝끝내 유쾌한 녀석은 “힘든 고민 끝나면 형한테 연락해!”라는 농담을 잊지 않았다.

#혼돈 둘

돈을, 아니 꿈을 갖고 튀어라?

서른다섯 살의 김정훈씨는 낮에는 온라인 광고회사에서, 밤에는 홍익대 앞의 바에서 일하는 ‘투잡스’족이다. 그는 2000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홍보대행 기획사에서 6년을 일했다. 기획사 편집팀장으로 월급도 꽤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05년 7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에게 서른다섯 살은 월급쟁이로 남느냐, 사업주가 되느냐는 분기점으로 다가왔다. 김씨는 “밤새우는 일이 많아서 체력에 부담을 느꼈고, 사업 기반을 잡아서 안정된 40대를 맞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둘 결심으로 저축을 시작했고, 저축금을 종자돈 삼아 동업으로 바를 열었다. 그는 “음악과 사람을 좋아하는 적성을 고려해서”라고 말했다. 때마침 사업 제의가 들어와 온라인 광고회사도 차렸다. 그렇게 그는 2006년 서른다섯을 맞이했다. 그는 “처자식이 없고 막내여서 회사를 때려칠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30대 중반은 결혼정보업체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파티 모습(왼쪽). (사진/ 듀오제공)

사업을 시작했지만 결혼은 ‘아직’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늘 오늘의 삶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오늘을 조금 떼어내 내일에 할애할 생각”이라며 “물심양면으로 준비되면 결혼도 하겠다”고 말했다. 적성을 살려 사업을 시작했지만, 서른다섯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불안해서 바를 열었지만, 바를 연 뒤에도 여전히 불안하다”며 “스물다섯 살 때 했던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그의 마지막 한마디, “마흔 살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남자를 고운 시선으로 보는 사회가 아니지 않느냐”. 자신의 꿈을 좇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전직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

전직을 한 번쯤 꿈꾸지 않은 30대가 있을까. 지금 일을 바꾸지 않으면 평생을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한다는 전직의 열병에 시달리는 30대가 적지 않다. 30대 중반은 직무를 바꾸는 전직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진다. 헤드헌트 업체인 커리어케어 신현만 대표이사는 “30대 중반이면 과장급, 영어로 ‘매니저급’으로 승진 여부가 갈리는 시기”라며 “나의 가능성을 냉정하게 보면서 전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업무에 잘 적응해온 사람조차도 전직을 꿈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 대표는 “전직을 하려는 사람에게 잘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중반까지 첫 번째 경력(First Career)을 쌓는 시기라면, 30대 중반은 평생직업이 될 만한 두 번째 경력(Second Career)을 선택하는 시기”라며 “서른다섯 이후에 시작한다고 해도 30년은 일할 수 있으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 예컨대 취미와 관련된 일을 하면 능률도 오른다”고 말했다. 한국의 20대가 시간에 쫓겨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직장을 선택했다면, 30대 중반에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응시하면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서른다섯인 칼럼니스트 임경선씨는 “꺾어진 70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우리는 유난히 나이에 민감하다”며 “서른다섯쯤 되면 주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초라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남의 잔디밭이 파래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오늘의 서른다섯은 대중매체가 생산한 시티 라이프(City Life)의 신화에 영향을 받은 세대다. 그래서 꿈은 창대하지만 현실은 초라하다고 느끼기 십상이다. 더구나 여성은 ‘위기의 서른다섯’을 호되게 겪는다. 박홍주 이화여대 여성학과 강사는 “통계를 보면 한국 여성은 평균 30~34살에 최고 임금에 오른다”며 “정규직 여성이 30~34살에 빠르게 줄어들어 35살 이후에는 비정규직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회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서른다섯도 많다. 이민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서른다섯의 신희준씨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싶지만 돈만 축내지 않을까 싶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식에도 목이 마르지만 “돌아오면 상황이 갑갑할 것 같아” 그만둘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생업을 꾸리면서 미래를 모색하는 30대 중반도 있다. 서른셋의 비혼 여성 임수현씨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면서 대학원에서 사진을 배운다. 임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를 시작했지만, 밤새워 작업하는 일에 지쳐갔다. 그는 “다른 일을 결심하고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예순, 일흔 살까지 지속 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애들은 어려서부터 꿈을 찾는데, 나는 나이 들수록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씁쓸해했다. 지하철에서도 되도록 전공책을 본다는 그는 “길게 보고 끝을 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현재의 30대 중반은 19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세대다. 경제성장의 토대에서 성장했고, 80년대의 집단주의와 90년대의 개인주의 사이에서 대학을 다녔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취업난을 겪었다. 또 단군 이래 최초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세대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어렵게 취업해서 힘겨운 생존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혼돈은 90년대의 후폭풍이다. 이영숙 한림대학교 교수(사회학)는 “이들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대학에서 실험해보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IMF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취업에 전력을 다한 세대”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이들의 문화적 태도는 386세대와도 다르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현재의 30대 중반은 386세대에 견줘 자기 욕망이 뚜렷하다”며 “문화적인 태도는 개인주의적, 쾌락주의적이지만 IMF로 물질적인 타격을 받아서 경제적 기반은 386세대에 견줘 허약하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또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방황의 시기도 길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어쩌면 요즘의 서른다섯은 옛날의 20대 후반과 비슷한 나이대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영숙 교수도 “인터넷, 여행의 자유 등을 체험한 30대 초·중반은 획일성을 벗어난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아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이렇게 서른다섯은 청춘의 끝을 잡고 달콤한 인생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다른 삶은 가능하다’, 그들의 몸에 새겨진 슬로건이다.

한번 떠나면 돌아오기 힘들어

하지만 30대 중반에게 즐거운 외유는 섣불리 허용되지 않는다. 김정화씨는 로펌에서 비서로 3년을 일하다 2001년 스물아홉 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2년을 공부하고 돌아왔지만 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돌아와 5개월 동안 일주일에 서너 개씩 원서를 넣었지만 합격의 낭보는 들리지 않았다.


△ 온스타일의 <싱글즈 인 서울>은 서울에 사는 독신남녀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그는 “나는 눈이 높아져서 돌아왔는데, 회사에서는 그냥 나이 먹은 사람으로 취급했다”고 돌이켰다. 결국 3년 만에 그는 유학 전에 일했던 로펌 비서직으로 ‘도돌이표’했다. 그나마 그 자리에서 일하던 사람이 유학을 떠나면서 생긴 기회였다. 그는 “처음에는 유학을 후회했지만 이제는 사는 데 자신감을 얻은 기회로 여긴다”고 말했다. 여전히 쉼없이 일할 것을 권하는 회사형 인간 사회인 한국에서는, 노동시장에서 한번 나가면 영원히 나가야 한다. 잠시 쉬었다 오겠다고 하면 영원히 쉬라고 말한다. 이렇게 서른다섯이 숨구멍을 찾기란 힘들다. 그래도 서른의 홍역을 겪은 사람은 서른다섯의 혼돈에 면역이 생긴다. 서른셋의 박종태씨는 서른 살 때 여행을 떠났다. 3년을 다녔던 일본계 회사를 떠나서 8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하고, 10개월 가까이 지구촌을 누볐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두 가지를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무엇을 하면서 살면 좋을까. 그는 지구촌 곳곳에서 행복한 사람들을 관찰했고,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결론은 영업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생명보험사 컨설턴트로 일하는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은 그대는 이렇게 행복을 말한다.

#혼돈 셋

독거 노인은 비혼 남녀의 미래다?

서른다섯 살은 ‘영원한 싱글로 남느냐’와 ‘결혼의 막차를 타느냐’의 갈림길인지 모른다. 한국인의 평균 결혼 나이는 2005년 기준으로 여성은 27.7살, 남성은 30.5살이다(통계청 2006년 3월 발표). 30대 비혼이 늘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결혼시장에서 찬밥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신 대표는 “30대 중반 여성의 가입 문의가 전체의 30%를 차지하지만 재혼팀으로 많이 보내지는 탓에 실제 가입률은 15%에 그친다”고 말했다. 절반의 여성이 알아서 가입을 포기하는 것이다. 심지어 30대 중반에게 회비를 비싸게 받는 업체도 있다. 요즘엔 마흔이 넘은 만혼도 많지만, 30대 중반에 비혼이라면 혼자서 사는 인생을 고민하게 된다.

쉰살 남자를 만나고 펑펑 울다

올해 서른넷 살인 정수현씨는 ‘나에게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20대 중반부터 맞선도 30번 넘게 보았다. 정씨는 “20대 중반에는 30대 아저씨들과 맞선을 보면서 ‘저런 아저씨들과 결혼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여유만만하던 그도 지난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는 결혼 안 한 거야’라며 부르짖고 다녔는데 올해 들어서는 ‘내가 결혼을 못한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편한 사람을 만나면 “내가 어떠니?”라고 자꾸 물어보게 된다. 그는 “이제는 친척들도 눈치를 보느라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며 “그것이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 세상은 뿌리박고 몰두하고 성취하라고 등을 떠밀지만, 서른다섯은 길을 떠나고 싶고,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나이다.(사진/ 한겨레 이병학 기자)

그는 여전히 “내년에는 연하의 남자를 만나서 결혼한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지만, 혼자 늙으면 어쩌나 불안하다. 2세를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출판일을 하는 서른일곱 살의 정은선씨는 “서른다섯을 넘기면서 오히려 결혼 스트레스가 줄었다”면서도 “나이가 불임의 첫 번째 이유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 대학 동창을 보면서 ‘쟤가 이혼을 하고 내게 온다면 과연 받아줄까’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결혼을 원하는 여성에게 30대 중반은 심란한 나이다. 임경선씨는 전한다. “내가 아는 서른일곱 살 언니가 소개팅을 나갔는데 쉰한 살의 할아버지가 나와서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다고 한다. 스무 살에 서른다섯 살을 만나는 것은 그래도 괜찮지만 서른다섯 살에 쉰 살을 만나는 일은 슬프다.”

그렇다고 30대 비혼이 결혼에 목숨을 걸지도 않는다. 서른일곱의 권순형씨는 증권회사에서 재무컨설턴트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남짓 됐다. 그에게는 여전히 결혼보다 일이 우선이다. 그는 “독신을 고집하지는 않는데 세월이 흘렀다”며 “지내고 보니 혼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노명우 교수는 비혼의 증가에 대해 “대부분 월급은 한계가 있지 않느냐”며 “일확천금을 벌지도 모른다는 우연을 기대하기보다는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아서 내포를 확장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안정된 결혼과 문화적 욕구 사이에서 자신의 욕망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예전처럼 결혼을 하지 않으면 섹스리스(Sexless)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며 “안정적인 섹스를 위해 결혼을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비혼으로 30대 중반에 이르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2세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미혼의 서른다섯 살인 회계사 김진욱씨는 “만약 결혼을 한다면 30대 여성과 하지 않겠느냐”며 “아내를 생각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영숙 한림대학교 교수(사회학)는 “30대 중반은 주변에서 불안한 혼인관계를 목격한 세대”라며 “그래서 혼인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관계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님을 안다”고 말했다.

서른의 위기는 이성애 결혼에 편입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도 찾아온다. 올해 서른두 살인 여성주의자 고현정씨는 벌써 “내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어”라고 말하고 다닌 지 오래됐다. 어느새 “내 한 몸 제대로 건사할” 나이가 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비타민을 삼키고, 재테크를 시작하고, 보험에 가입한다. 첫째는 건강, 둘째는 경제, 원초적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친구들이 모이면 어디가 아프면 어디를 가라, 적금은 어떤 것이 좋더라,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세상에 넘쳐나는 재테크 정보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정보가 4인 이성애 가족에게 맞춰진 탓이다. 한채윤 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도 “재테크 정보는 넘치지만 인생테크는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씨는 서른 살의 위기를 맞아서 고민 끝에 여성주의 연구소를 그만두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이렇게 쉬면서 또 다른 자신을 찾아볼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배우고 있고, 드럼도 배울 생각이다. 그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프렌치프라이를 튀길 생각도 했지만, 주변에서 ‘철없는 생각’이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둔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는 “나는 잠시 옆 골목으로 다녀오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살던 골목이 아스팔트가 아니라 고속철도로 바뀌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떨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에게는 힘들 때 달려와줄 친구들이 있다. 그는 “택시로 5분 걸리는 거리에 친구들이 모여산다”며 “나이들수록 공동체의 중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년을 앞둔 비혼은 늘고 있지만, 독신을 보호할 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다. 박재흥 경상대 교수(사회학)는 “국가의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개인의 비혈연 네트워크 조성이라는 두 차원에서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아무리 노인복지가 좋아져도 고독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혼의 서른다섯은 벌써부터 고독에 시달린다. 임경선씨는 “주변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30대 중반이 적지 않다”며 “외롭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일상이 됐지만, 외로움을 토로하면 오히려 외로움이 커지는 것을 아니까 외로움을 커밍아웃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아직도’ 스물다섯 같은 고민을 되풀이한다는 자괴감까지 겹친다. 그렇게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멀쩡하지 않은 서른다섯 살이 적지 않다.

맙소사, 여전히 질풍노도라니!

서른다섯 살의 위기를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윤준국씨의 블로그에는 나이에 대한 단상이 올라 있다. “서른넷이라는 나이가 참 묘하다. 한 살만 더 먹으면 서른다섯. 왠지 끊어지는 느낌. 빼도 박도 못하는 중년에 들어서는 나이가 된다.” 그리고 음악이 흐른다. “아임 낫 고잉 애니웨어~.”(I’m not going anywhere) 음악이 심금을 울린다. 어디로도 가고 싶지 않지만 어디론가 가는 사람이 부러운 나이, 서른다섯은 망연자실하다. 아무 곳으로도 가지 않으면 또 어떠랴, 상념에 잠긴다. 갈수록 길동무가 줄어도 어쩌랴. 다만 건강하게 살아 있음에 감사하기도 한다. 작가 김영하의 에세이집 <랄랄라 하우스>에는 ‘35세’라는 에세이가 있다. “일간지에 에베레스트 사고 소식이 날 때마다 유심히 그것을 들여다보는데 이상하게도 사망자 중에 35세 남자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왜 그럴까. 함께 암벽을 등반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에베레스트에 가려면 돈이 많이 들지. 입산료만 해도 1천만원이 넘을걸?… 여하튼 거기 가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말씀. 늘어가는 경제력과 줄어드는 체력이 딱 만나는 지점이 바로 35세쯤인 거야. 20대부터 직장을 다니며 돈을 모아 35세가 되면 네팔로 가서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되는 건데, 불행히도 몸이 안 따라주니까 사고가 나는 거야.’” 세상은 땅에 뿌리박고 몰두하고 성취하라고 등을 떠밀지만, 서른다섯은 여전히 불가능한 도전을 꿈꾼다. 서른다섯 살에 여전히 질풍노도에 시달리다니, 맙소사!


당신들도 나처럼 아프구나

우울한 젊음을 등에 진 스물다섯의 서른다섯 취재기

▣ 이혜민 인턴기자 taormina@hanmail.net

내 블로그 이름은 ‘찬란한 젊음’이다. 그런데 블로그 분위기는 전혀 찬란하지 않다. 기자를 꿈꿨을 때부터 만들었는데 여태껏 우울하다. 그래서 젊음이라는 말이 무섭다. 이 단어를 등에 업고 있으면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처럼 고단하게 살 것 같다. 인턴으로 일하니 오랜만에 행복했다. 꿈에 다가선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인턴) 기자가 됐는데도 취재력이 부족해서 기사도 쓰지 못하니 거북이처럼 목을 숨겨야 했다. 그러자 내일이 흔들렸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질 없는 나를 보자 가슴이 쓰렸다. 기획기사를 쓰겠다고 큰소리쳤는데 1단 기사도 쓰지 못하고, 사형수를 취재한다고 해놓고 무기수들을 만나려고 했던 머리 용량이 원망스러웠다. 기획이 좋았더라면 내가 기획한 ‘내 기사’를 썼을 텐데 아쉬웠다. 저물어가는 8월 하늘을 보니 진득한 눈물이 떨어졌다. 우물쭈물해하며 새로운 기획안을 내지 않자 사회팀 팀장은 나를 문화팀으로 급파했고 그때부터 나는 30대 중반 언니, 오빠들을 취재하는 일에 투입됐다.

처음에는 이 취재가 싫었다. 내가 기획한 기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둠이 오면 별이 뜨듯, 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더니 인생을 살 수 있는 기운을 얻었다. 나와 똑같은 삶의 무게 때문에 쉼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니 힘이 났다. 서른 즈음이면 멀어져간 청춘을 뒤로하고 안정적으로 살 줄 알았는데 든든한 직장을 다니는 언니도, 성실하게 일하는 오빠도 나처럼 치여 살고 있었다. 같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니는 장사꾼들의 연대감은 든든했다. 아픈 30대가 아픈 20대를 살린 셈이다. 취재 중에 알게 된 <서른 살, 뭔가 다르게 살 순 없을까>(좋은책만들기 펴냄)의 저자는 “서른 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은 모든 일에 좌절할 수 있다”며 “이런 느낌들은 자기 정체성의 문제로서 우리를 주눅들게 하므로 서른 살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며 아픈 30대들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아픈 그들이 아픈 당신을 구할 것이다.

by 변덕쟁이 | 2007/08/02 14:03 | 생각 | 트랙백 | 덧글(0)
출근길.....



구글 어스에서 그려본 출근길....  너무 좋은 길로만 이어진 제 일상의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실제 거리는 35K 정도 되는데 자전거로 출퇴근 한지 2년째 이지만 아직도 쉽게 오갈 거리는 아닌것 같습니다.
by 변덕쟁이 | 2007/08/02 11:03 | 두바퀴 | 트랙백 | 덧글(0)
직장상사 관리하는 노하우 7가지
“상사의 잔소리까지도
대학 노트에 정리해 봐라”

직장 상사는 늘 애증의 대상이다. 툭하면 경영자에게 불려가 터지고, 후배 사원들에게 치받친다. 말 그대로 ‘넛 크래커’에 끼인 호두 신세다. 애꿎은 부인에게 화풀이도 해보지만, 가슴 한 구석은 늘 서늘하다. 그런데‘동네북’ 취급을 받던 그가 요즘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신의 상사를 관리하라(Managing Your Boss).’세계적 경영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겨울 호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직장 상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직장 상사가 경제전쟁 시대의 중추로 부상하고 있다는데,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소개하는 상사경영법 일곱 가지를 정리했다. (편집자주)

【직장 상사 관리 노하우 7가지】
-상사 업무 스타일 대학노트에 정리하라
-시시콜콜한 정보가지 패키지로 제공하라
-상사의 전략적 목표에 '눈높이를 맞추라'
-장·단점 분석하고 맞춤형 정보 제공하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 기질을 분석하라
-평정심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길러라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라

●제언 1. 직장 상사의 업무 스타일을 분석하라

소비재 분야의 한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는 P상무는 요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지난해 초 부임한 벽안(碧眼)의 신임 사장이 ‘골칫거리’다. 그는 전임자와는 업무 스타일부터 판이하게 다르다. 전 사장은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P상무를 불러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이번 사장은 구두 보고를 선호하지 않는다.

시장 점유율, 소비자 기호, 업계 현황 등을 수집하는 일은 이제 온전히 그의 몫이 됐다. 한 걸음이라도 더 영업 현장을 뛰어야 한다는 지론의 그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실적 하락도 하락이지만 신입사원시절로 돌아간 듯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느라 이중고(二重苦)를 치르고 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서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까지, 직장 상사는 늘 애증의 대상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겨울호는 하지만 ‘상사를 경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직장 상사는 전략적 동반자이자, 고급인맥·정보의 수원지이다. 그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업무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기준은 다양하지만,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경영자를 ‘듣는 이(Listener)’와, ‘읽는 이(Reader)’로 구분한 바 있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보고방식도 달리해야 상사공략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조언한다. 전자에게는 현안을 구두로 설명하고, 메모나 약식 보고서를 나중에 제시하는 편이 더 나은 반면, 후자에게는 보고서를 먼저 올리고, 간단히 배경을 덧붙이는 쪽이 유리하다. 유능한 직장인은 이러한 차이를 간파하고 상사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이 월간지는 분석했다.

●제언 2. 정보는 多多益善…상사를 유식하게 만들어라

미 크라이슬러 부활의 주역인 아이아코카. 그도 포드가문과 마찰을 빚다 첫 직장인 포드자동차에서 쫓겨나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말단 사원에서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상사와 한두 차례 신경전을 벌여보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회사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은 이러한 불화를 서로 다른 ‘품성(personality conflict)’이나 기질, 가치관의 차이 탓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타고난 품성이나 기질 등에도 차이가 있으니 이러한 갈등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시각은 다르다.

업무처리 방식이나, 서로에 대한 기대치, 무엇보다 우선순위(priority)에 대한 몰이해가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조직 구성원들이 정작 이러한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할까.

같은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취미에서 경조사까지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아도, 상사가 부하직원이 원하는 바를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부하직원의 기대치나, 로드맵, 업무 만족도, 불만사항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상사는 드물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의 단절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는 어느 정도까지 공유해야 할까’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갖게 되는 의문이다. 하지만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업무 절차별로 상사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keep the boss informed through processes)’고 강력히 권고한다. 성공적인 직장 경력을 지닌 직원들은 상사와 부하직원이 전략적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제언 3. 상사의 목표(goal)를 정확히 파악하라

이희성 인텔 사장은 작년 말 한 컴퓨터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모 홈쇼핑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다. 직접 출연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홈쇼핑에서 자사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는 모습은 매우 신선했다는 평가다.

그의 등장이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다. 무엇보다, CPU 제조업체인 인텔이 요즘 마케팅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지난 2005년 미국 본사의 최고경영자가 부임한 후 탄력을 받고 있는 쪽이 마케팅 부문이다. AMD가 맹추격을 하자, 기술의 인텔이 마케팅 활동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
직장 상사의 전략 목표, 수단 등을 파악하는 일은 업무 스타일 파악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전략 목표가 상급자와 달라 서로 알력을 빚다 물러난 외국계 기업의 부회장이다. 그는 가격 인하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구하다, 이윤을 더욱 중시하던 상급자의 심기를 건드려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시장 점유율 증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파악했으나, 상사의 생각은 달랐던 것. 두 사람은 가격 책정 권한을 놓고 알력을 빚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모두 물러나야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 부회장이 상사와 자신의 전략 목표가 같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정보 부재는 마치 눈가리개를 한 채 나는 것과 같다(fly blind)’.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비유다. 상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되,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제언 4. SWOT분석으로 장단점을 분석하라

스티브 잡스 애플 컴퓨터 CEO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사람들의 기호를 한발 앞서 내다보는 직관의 힘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전통적인 여론 조사를 미덥지 않게 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시장 조사를 거쳐 제품을 출시할 때쯤이면, 소비자들의 기호는 이미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에게 까다롭기로도 정평이 나있다. 괴팍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자신이 창립한 애플에서 한때 쫓겨나는 등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칼날 같은 성품도 무뎌지기는 했지만, 이 슈퍼스타에게는 이러한 꼬리표가 아직도 따라다닌다.

슈퍼스타는 물론 상급자들은 자신의 단점을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상사의 강점과 약점, 업무 스타일, 니즈 등을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직원들은 자신의 상사가 강점을 발휘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데 앞장섰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제시했다. 조직 내, 혹은 사적인 고민거리는 무엇인 지, 또 다른 부서장들과의 관계는 어떤지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가 요즘 회사에서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 지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상사에게, 의지할 수 없는 부하 직원보다 더 당혹스러운 존재는 없다(Few things are more disabling to a boss than a subordinate on whom he cannot depend)고 조언한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지속할 수 있다.

●제언 5. 신뢰가 보약…맹목적 분노는 毒藥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가장 잘나가는 스타경영자인 그도 GE의 플라스틱 사업 부문장 시절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 1994년 대표적 휴양지인 보카라톤에서였다. “내년에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당시 잭 웰치는 해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타경영자들도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성장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방식의 차이가 직장 생활의 성패를 상당부분 좌우한다. 무엇보다, 직장 상사에 대한 맹목적 불신은 문제를 꼬이게 만든다
최악의 사례가 상사를 ‘공공의 적’정도로 취급하며 그의 권위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직장인들이다. 이들은 부서장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는 느낄 수 있겠으나, 결과는 재앙에 가깝다. 무엇보다 건설적인 비판은 불가능해진다.

회의는 생산적인 토론장이 아니라, 싸움터로 비화되곤 한다. 상사의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적의를 느끼는 부하 직원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간적으로도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는 직장인들은 적지 않다. 물론 상사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구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각에 이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지적했다

●제언 6.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자신의 장단점 분석하라

손자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무엇보다, 자신의 타고난 기질(predisposition)이나 품성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타고난 기질은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한 쉽게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욱’하는 성질 탓에 숱한 문제를 양산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해결방안은 명확하다. 과거의 경험을 반추해보고, 자신의 반응을 미리 내다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이끌어내면 된다. 직장인 대부분은 회의에서 이견이 노출될 때, 아니면 사소한 말다툼을 벌일 때, 자신이 어디로 튀었는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경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기질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제언 7. 갈등해소 테크닉을 익혀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한 젊은 중간관리자의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자신이 여러 사람이 얽힌, 감정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 서투르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호칭부터, 타부서 직원들의 전횡까지, 그는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상사에게 도움을 청해, 혼자서는 생각해내기 어려웠을 법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공격 본능을 누그러뜨릴 방안에 부심하던 또 다른 직장인은 회의 중 감정이 상할 때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자신의 엉크러진 심기를 추스른 뒤 상사를 찾아갔다. 그가 더 정돈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상사와 갈등을 빚는 이들 가운데 자신의 후배 직원들에게 관대한 민주적 성향의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러한 가치를 중시하다 보니, 비민주적이고 전제적인 상사에게 더욱 비판적이기 쉽다는 의미다. 이들은 업무능력이나 대인관계 등에서 평판이 좋다.

하지만 ‘사내 갈등으로 정작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전했다

by 변덕쟁이 | 2007/01/08 12:14 | 생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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